창경궁의 밤

태조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으로 고려의 권력을 장악한 후 지금의 서울 자리에 조선을 세웠고 그후 조선의 왕들이 머무는 궁궐이 5개가 지어졌다.

조선조 제일 궁궐로 태조 4년(1395년)창건되었으나 임진왜란(1592)때 불타 폐허로 남아 있던 것을 고종2년 흥선대원군에 의해 중건된 경복궁.

임진왜란때 경복궁이 타 버린 이후 고종때 흥선대원군이 복원하기 전까지 270년 간 대부분의 임금들이 정사를 돌본 창덕궁.

조선시대의 별궁으로 광해군 때 건축되어 270여년간 궁으로써 사용된 경희궁. 

임진왜란 때 경복궁을 비롯해 대부분의 궁궐들이 타버려 의주까지 피난 갔다가 되돌아온 선조가 거처할 왕궁이 없자, 왕실의 개인 저택 중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곳을 임시 행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덕수궁.  

그리고 창경궁이 있다. 창덕궁과 비원을 사이에 두고 동쪽방향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조선 전기인 성종(1469-1494)때 지은 궁이다. 왕이 집전을 하던 궁궐이 아니라 왕가의 사람들이 쉬기 위해서 지어진 별궁이었다.

창경궁이 있는 자리는 본래 조선 3대 왕이었던 태종 이방원이 세종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아들의 왕권을 가까이서 지켜주기 위해 지은 수강궁 자리다.

수강궁이 궁궐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 것은 성종때로, 이때 창경궁이라 명칭을 고쳤다. 창경궁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것은 임진왜란 이후 창덕궁이 본궁으로 사용되면서 부터다. 왕자들이 주로 창경궁에 거처하면서 창경궁이 자연스레 왕비들의 권력암투장이 되었다.

이를 반영하듯 숙종의 사랑을 받던 장희빈이 인현왕후를 독살하려다 오히려 처형을 당한 곳도 바로 창경궁 취선당이며, 영조가 아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두어 죽였던 곳도 창경궁 선인문 안뜰이었다.

창경궁은 대한제국이 들어서면서 순종에 의해 창경원으로 격하되면서 일종의 공원으로 취급되기도 했다. 우리가 어릴때 창경원에 동물 구경을 하던 그곳이다.

하지만 1983년 동물원과 식물원을 지금의 과천 서울공원으로 옮겨가면서 다시 궁궐로서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현재 창경궁에 남아있는 건물들은 대체로 임진왜란 후에 재건한 명정전을 비롯해 그 회랑과 그 앞문인 명정문, 창경궁의 정문인 홍화문 등 외전과, 1834년(순조 34)때 다시 지은 숭문당·함인전·환경전·경춘전·통명전·양화당·집복헌·영춘헌 등의 내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