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노조 박유기 지부장이 지난 7월 단체교섭결렬 전 조합원 보고대회에서 설명하고 있다. 현대차노조 집행부가 이미 지난달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큰 표차로 부결되면서 출구를 잃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현대차노조

금속노조 현대차지부(현대차노조)가 올해 회사측과의 임금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22차례 (부분)파업을 이어가자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거세다(관련기사 : 현대차노조 파업, 거세지는 비판 여론).

특히 정부가 지난 28일 노사간 교섭이 진행되는 와중에 30일간 파업 또는 쟁의행위를 금지하는 긴급조정권 발동까지 시사하자 노조가 오히려 격앙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노조는 "긴급조정에 굴복하는 일은 결단코 없다"며 정부의 입장을 일축했다. 결국 현대차노조는 지난 28일 노사 교섭 후 입장을 내고 "어떤 탄압이 와도 우리는 갈길을 간다"고 밝히면서 강공을 선택했다. 이어 열린 쟁대위에서 29일과 30일 1, 2조 각 6시간씩 부분파업을 결정했다.

이처럼 현대차노조가 파업에 따른 비난여론에도 이를 정면 돌파하며 강공을 택한 것은 정부의 노동개혁 강행과 회사 측의 예년과 다른 강경 대응이 그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임금인상에 난색을 표하는 현대차가 지난해 한전부지를 10조 원에 매입한 데다 최근 미르·K스포츠재단에 100억 원대를 기부한 사실이 드러난 것도 조합원의 반발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노조 지부장, 대표이사 독대 제안 거절 

현대차노조 교섭위원 등에 따르면 지난 28일 열린 노사교섭에서 회사 측은 여전히 강공모드였고, 노조 지부장 등 교섭위원들은 격앙된 상태였다고 알려졌다. 이날 교섭이 진행 중임이도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을 시사하면서다.

지난 28일 오후 3시부터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노사 교섭에서 회사 측은 지난 27일 교섭에서 제시한 안 외에 따로 최종 제시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윤갑한 대표이사는 교섭에서 "회사의 마지막 입장을 전달했다, 노조 측이 결단하지 않으면 회사 최종 제시안을 제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박유기 지부장은 "회사 측의 제시안도 보지 않고 무조건 잠정합의하겠다는 전제를 할 수 없다"면서 "사측의 추가 제시가 없다면 교섭도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항의했다. 앞서 지난 27일 열린 26차 교섭에서 회사 측은 지난달 부결된 잠정합의안보다 2000원 오른 임금 7만 원 인상과 주간 연속 2교대 관련 10만 포인트 지급 등을 일괄제시했었다.

특히 28일 교섭에서 윤갑한 대표이사는 박유기 지부장에게 "이 자리에서 교섭위원 다 내보내고 노사대표자 간 독대를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박유기 지부장은 "사측의 최종 제시안도 없는데 대표자간 독대를 하자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교섭이 아니다, 정상적으로 교섭하자"면서 이를 거절했다. 회사 측은 노사 대표간 독대 제안을 거부당하자 추가 제시를 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날 현대차노조 교섭위원들은 "사측의 교섭태도는 5만 조합원을 우롱하는 처사"라면서 "이제 박근혜 정권까지 나서 긴급조정권을 떠드는데, 현대차지부가 긴급조정에 굴복하는 일은 결단코 없다, 사측의 추가제시가 없다면 교섭도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현대차노조 집행부, 출구가 없다" 우려 나와

한편 현대차 노사 합의 불발에 따른 연이은 파업과 갈등에도 이를 마무리할 출구가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강성으로 알려진 박유기 집행부지만 이미 한 달 전에 회사 측과 잠정합의안을 마련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큰 표차로 부결되면서 집행부가 방향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현대차 노사는 지난 8월 24일 쟁점이던 임금피크제 확대안을 철회하는 대신 임금 월 5만8천 원 인상, 성과급 및 격려금 350%+330만 원, 재래시장 상품권 20만 원, 주식 10주 지급 등에 잠정 합의했지만 8월 27일 전체 조합원 4만9665명을 대상으로 한 찬반투표에서 78.05%의 높은 반대로 부결된 바 있다.

이같은 큰 표차의 잠정합의안 부결은 현대차노조 내에서 활동하는 현 집행부와는 다른 현장조직의 여론몰이 등도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현대차노조 집행부가 '어떤 합의를 해도 찬반투표를 통과하겠나'는 비관적인 입장을 극복하는 것이 이번 현대차 파업 사태의 출구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