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8일 황산 누출로 작업 중이던 노동자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고려아연 2공장 배관. 사고 전 찍은 사진에 회사측이 작업해도 좋다는 표시로 새긴 V자가 그려져 있다. ⓒ 울산플랜트노조

지난 6월 28일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고려아연 2공장에서 황산이 누출돼 작업 중이던 노동자 6명이 중경상을 입고 이중 2명이 사망한 사고와 관련, 경찰이 원청인 고려아연 관계자 2명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관련기사 : 고려아연 황산 누출 사고, 축소·은폐 공방으로 비화).

경찰은 또한 고려아연측 5명, 하청업체인 ○○ENG측 2명을 불구속 입건하는 등 이번 사고로 모두 9명이 구속 또는 입건되게 됐다.

특히 경찰이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잘못된 작업지시와 작업시작 전 세밀한 현장 점검이 없었던 점'을 들면서 그동안 피해노동자들이 작업을 잘못해 발생한 것이라는 회사측의 주장이 거짓임이 드러났다.

경찰 "잘못된 작업지시로 사고 발생"

지난 6월 28일 오전 9시 5분쯤 작업자들이 울산 고려아연 2공장 황산제조공정 배관 보수 준비 작업을 위해 맨홀뚜껑를 열자 갑자기 황산이 쏟아져 나왔다. 이 때문에 작업하던 ○○ENG 소속 작업자 6명 중 이아무개씨등 2명이 3도 이상 화상을 입어 치료 중 사망했고 3명은 중상, 1명은 경상을 입었다.

고려아연 공장 관할인 울산 울주경찰서는 사고직후 수사전담반을 편성해 수사를 벌여왔다. 또한 경찰, 국과수, 안전보건공단 등 관련기관 관계자들은 사고현장에서 합동감식을 실시한 바 있다.

경찰은 23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고려아연 3개소, ○○ENG 1개소 등 모두 4개소를 대상으로 압수한 관련자료 50여 종을 분석하는 한편, 관계자 23명을 상대로 59회에 걸쳐 조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국과수 감정결과 등 수사 결과를 종합한 결과 이번 사고의 원인은 배관내 황산을 모두 빼내는 드레인 작업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잘못된 작업지시로 밸브덮개(맨홀뚜껑)를 열다가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경찰은 "FAT타워 내 저장되어 있던 95% 황산이 타워 분기 배관의 프랜지 볼트 체결이 해제되면서 외부로 누출되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사고는, 작업시작 전 세밀한 현장 점검 후 작업지시를 했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사안"이라면서 "관련자들의 엄정한 처벌을 통해 안전사고 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수사 결과를 설명했다.

한편 이번 황산 누출 사고 이후 고려아연 측은 "작업을 해서는 안되는 배관을 노동자들이 열었다"며 노동자들의 잘못으로 몰아갔고, 경찰도 초동 수사에서 "사고가 난 배관에는 작업대상 표시인 V자가 없었고 피해근로자들이 열어서는 안되는 엉뚱한 배관을 연 것"이라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에 노조(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울산지부)는 수차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사고의 축소·은폐의혹을 제기하는 등 반발해 왔다.

결국 경찰은 사고 발생 2개여월 만에 "잘못된 작업지시로 발생한 사고"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