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울산중구단체 한마음 체육대회 12월 6일 울산 중구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중구단체 한마음체육대회에서 박성민 중구청장이 주민단체 대표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혁신도시 입주기관 직원들의 정주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과 달리 혁신도시 직원들은 참여하지 않아 주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 울산 중구청

참여정부 당시 지방분권 차원으로 전국 10곳에 혁신도시를 건설하면서 울산은 중구 우정혁신도시가 1조462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2007년 4월 착공해서 올해 말 준공된다.

울산 중구 우정혁신도시에는 한국석유공사·한국동서발전(주)·에너지경제연구원·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근로복지공단·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한국산업인력공단 등 7개 공공기관이 대부분 입주를 마쳤다. 하지만 당초 예상과는 달리 가족을 데리고 울산으로 전입하는 임직원 비율이 10%에 그쳐 혁신도시 건설 근본 취지에 어긋났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지자체들이 정주율을 높이기 위해 입주 공공기관과 지속적인 협의를 하고 있다. 그 가운데 막상 이와 반하는 행정이 벌어지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울산 중구청이 혁신도시 입주기관 직원들과 지역주민 간의 화합을 위해 3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체육대회를 마련했지만 막상 혁신도시 공공기관 직원들이 참석하지 않은 것.

이에 대해 지역 주민단체는 "주민을 무시한 처사로 예산을 낭비했다"며 구청장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혁신도시 입주기관 직원들은 오지 않고 지역 관변단체 회원들만의 잔치로

울산 중구청은 지난 6일 동천실내체육관에서 25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울산중구단체 한마음 체육대회'를 열었다. 하지만 이날 대회에는 새마을협의회·바르게살기협의회여성단체 봉사회·통정회 등 소위 관변단체만이 참가하고 혁신도시 공공기관 직원들은 한 사람도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 중구의회에 따르면 중구청은 지난 5월 제1회 추경 예산을 편성하며 "새마을협의회 등 지역단체와 7개 기관의 직원들이 참여하는 '중구 기관단체 체육대회'를 연다"며 예산 3천만 원을 신청했다. 지역민과 입주기관 직원들이 족구나 줄다리기·이벤트 게임·노래자랑 경기를 통해 우호를 돈독히 하고 화합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당시 심의에 참가한 중구의회 다수 의원은 이 사업의 실효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예산을 삭감하려 했지만 정주율 향상 등을 위해 혁신도시 직원이 참가하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예산을 통과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 6일 열린 체육대회에는 정작 정주율을 높이기 위한 일환인 혁신도시 7개 기관 직원들이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 최근 행정사무감사에서 미리 이 사실을 파악한 중구의회 다수의 의원은 반발의 의미로 이날 체육대회에 참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풀뿌리주민연대 중구모임은 7일 성명을 내고 "중구청이 목적에 전혀 맞지 않는 3천만 원 예산을 낭비하는 걸 보면서 안타까움을 넘어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주민의 세금을 이렇게 낭비할 수 있나"고 되물었다.

이어 "사전에 준비되지 않았으면 당연히 행사를 취소했어야 마땅한 일로, 이 행사가 단지 작은 행사 하나로 예산을 낭비한 사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것은 박성민 중구청장이 얼마나 주민을 무시하는 행정을 펼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보고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구청장이 이러한 잘못된 행정에 대해 주민 앞에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며 "중구의회가 주민을 대변한 예산의 감시자로서 이번 사태의 본질에 대해 정확히 실사하고 제대로 된 대응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울산 중구청은 "혁신도시 직원들과 함께 체육대회를 열기로 해 예산을 신청한 것은 맞다"며 "하지만 혁신도시 직원들이 주말이라 집으로 가야한다고 해 함께 하지 못한 것이지만 지역 단체회원들의 분위기는 좋았고 예산은 효율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