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 서생면에 건설된 신고리원전 3·4호기. 오른쪽에는 5·6호기가 건설된다.

'다수의 안전을 담보로 한 소수의 이익 추구는 과연 명분이 있는 것일까?'

주변이 12기의 원전으로 둘러 싸인 울산에서 지난 24일 한국수력원자력(아래 한수원)과 울주군 서생면 주민단체간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지역발전 상생협력 기본합의서' 체결식이 있었다. 대다수 시민들의 반대에도 강행된 '신고리5·6호기' 유치의 보답으로 1500억원의 원전지원금을 다음달부터 이 지역주민들에게 집행한다는 내용이다.

합의서 체결식이 있던 24일 오전, 신고리5·6호기가 드러서는 곳에서 그리 그리멀지 않은 울산 동구 동북동쪽 41km 해역에서 진도 3.2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속속 늘어나는 원자력발전소를 마냥 지켜볼 수밖에 없는 대다수 울산시민들은 과연 이 교차된 소식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한수원-서생면주민협의회 '신고리5·6호기' 협력 체결, 전체 시민은? 

울주군 서생면 인근에 있는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스포츠문화센터에서 24일 열린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와 울주군 서생면주민협의회간의 협력 체결식은 '원전지원금 1500억원 집행과 이 지역 주민들은 신고리5·6호기의 원활한 건설과 운영을 위해 협력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날 체결식은 함께 참석한 울주군 부군수가 같이 박수를 치면서 마무리됐다.

이같은 1500억원의 지원금은 주민들의 자율유치로 당초보다 지원금 규모가 더 늘어났다는 것인데, 그동안 자율유치 정당성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울산시민으로서는 썩 내키지 않는 부분이다.

울산시 건설국장 등을 지낸 새누리당 신장열 울주군수는 지난 2008년 울주군수 재선거에서 당선된 후 1주년 기념사에서 "원전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라며 신고리 원전 5·6호기 유치를 천명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 뒤인 지난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에서 원전사고가 일어나고 이후 잇따라 원전 비리 사건이 불거지면서 여론이 악화됐다. 그러자 느닺없이 '주민 자율유치'라는 명목이 등장했다.

이후 신고리 원전 5·6호기가 들어설 울주군 서생면의 주민협의회라는 단체는 자율유치 건의서와 서명운동지를 모아 울주군에 제출했다. 그러자 울주군은 기다렸다는 듯 이를 군의회에 상정했고 울주군의회는 지난 2013년 7월 19일 정례회를 열고 '신고리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요청 동의안'을 가결했다.

이같은 원전유치 일사천리는 한수원으로서는 해당지역 주민들이 자율로 유치에 나섰다는 명분에서, 처음 신고리원전 5~6호기 유치에 불을 붙인 울주군도 유치 주체에서 한발 뒤로 빠졌다는 점에서 각각 표정관리를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울주군은 기존 원전지원금 외 건설공사비 7조 6000억원의 1.5%인 1140억 원의 지원금(울주군 770억 원, 기장군 370억 원)과 0.5%인 약 380억 원의 인센티브, 그외 상당한 특별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율유치라는 명목은 추진과정에서 그리 매끄럽지 못했다. 울주군 서생면 주민 중 자율유치에 나선 이 단체 외 서생면의 여러 주민단체가 원전 자율유치를 반대하고 나서는 등 같은 지역 내에서도 자율유치에 대한 의견이 달랐던 것. (관련기사 : 울주군 주민단체 "생명 위협, 원전 추가유치 반대")

환경단체는 이같은 주민 자율유치가 일부 '주민단체-한수원-울주군'이라는 삼위일체가 하나의 각본에 의해 움직인다는 의구심을 내놨다. 하지만 결국 현행법 '원전주변 주민들의 동의로 건설한다'는 현행법에 따라 결국 신고리원전 5·6호기는 주변 12기의 원전에 더해 울산시민에게 걱정거리를 더 하나 선사한 꼴이됐다.

많은 시민들의 원전에 대한 불안과 환경단체의 반발속에서도 이날 각종 언론에는 비판없는 체결식 소식만이 전해질 뿐이었다.